농촌교육농장 '호평'…사후관리 기준 필요
"농촌자연, 인성교육·건강·치유·창의력의 공간"

[농수축산신문=이한태 기자] 

“아이들을 자연으로 내보내라. 언덕 위와 들에서 아이들을 가르쳐라. 그 곳에서 아이들은 더욱 좋은 소리를 들을 것이고, 그 때 가진 자유의 느낌은 아이들에게 어려움을 극복할 수 있는 힘을 줄 것이다.”

스위스의 교육자로 잘 알려진 요한 하인리히 페스탈로치의 저서 ‘은자의 황혼’의 한 구절이다. ‘아이들이 자연과 교감하며 성장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는 그의 교육철학이 잘 드러나 있다.

현대에 이르러 아이들이 자연과 친하게 지내며 그 속에서 어울리기에 최적의 조건을 갖춘 곳으로 농촌의 중요성이 커지고 있다. 농촌은 자연이 잘 보존돼 있으며 그 속에서의 삶을 보여주는 공간이자 공동체의 구성원으로 성장할 수 있는 참여의 공간이기도 한 까닭이다.

교육의 장으로서의 농촌의 역할과 발전 방향을 살펴봤다.

▲ 계절별로 달라지는 복숭아의 모습과 시기별로 해야 하는 일들을 사진을 보면 함께 이야기하는 아이들.

# 농촌자연은 이상적인 교육 공간

자연과 어울려 살아가는 법을 배울 수 있는 농촌은 이상적인 교육의 공간으로 소개된다.

곽노의 서울교육대 교수(아동교육연구소장)는 “농업·농촌은 ‘아이들이 스스로 가치 있는 새로운 것들을 발견해내는 적절한 기회를 제공하는 공간’이다”라며 “특히 어린이의 성장과 발달을 위한 이상적인 환경은 조용한 리듬과 가까운 자연이 있는 농촌자연”이라고 말했다.

이어 곽 교수는 “아이들의 자주성을 촉진하려면 기능성으로부터 자유로워야 하는데 이러한 공간이 바로 자연이다”며 “자연 속에서 아이들은 기능성이 없는 대상에 스스로 기능을 부여해 놀잇감으로 즐기고, 문화를 창조하는 존재임을 경험하게 된다”고 설명했다.

농촌자연은 인성교육의 최적의 장소이자 건강과 치유의 공간, 아이들의 창의력이 발휘되는 공간으로 아이들의 환상과 상상력을 자극해 무한한 창의력을 발휘할 수 있도록 한다는 것이다.

▲ 실외교육장에서도 복숭아 재배에 대한 설명이 계속된다.

# 교육농장 만족도 높아

이러한 농업·농촌의 교육적 가치와 기능을 오래전부터 인지한 프랑스의 경우 교육농장의 역사가 40여년에 이르고 있으며 농장수도 2014년 기준 1700여곳으로 추산된다. 이는 농업·농촌의 교육적 가치에 대해 학부모, 교사, 농업인들의 인식이 확대되고 국민적 공감대를 형성했기에 가능한 일이었다.

국내에서도 교육농장은 큰 반향을 일으키고 있다. 2017년 기준 914개소의 교육농장이 운영되고 있으며 2013년부터는 품질인증제까지 도입해 교육농장의 질적 우수성을 담보하는 제도적 기틀을 마련키도 했다.

농촌진흥청의 2017년 자료에 따르면 전국 농촌 교육농장 방문객 3886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설문 결과 전체 응답자의 89.4%가 농촌 교육농장 체험에 대해 높은 만족도를 나타냈다. 또한 농촌 교육농장에서 현장체험학습을 경험한 교사들의 농촌 교육농장의 교육적 가치에 대한 공감과 긍정적 평가, 재방문 의사가 높게 나타났다. 특히 품질인증 농장의 높은 심사기준에 대한 만족도와 신뢰도가 매우 높았던 것으로 평가됐다.

다만 이를 지원할 법적 근거가 미흡해 제도적 장치마련 요구가 높다.

윤상복 한국농촌교육농장협회장은 “지속가능한 농촌교육농장을 위해서는 품질관리를 위한 법적 근거 마련이 절실하다”며 “품질인증 제도의 안정적이고 지속적인 관리, 품질인증 교육농장의 통합적 사후관리 기준 마련 등이 이뤄져야 한다”고 말했다.

▲ 봉지를 씌우며 복숭아에게 바라는 소원을 적는 ‘옷을 입는 복숭아’ 수업에 열중하는 아이들

■ [사례] 강원 춘천 ‘즐거운 농원’

“체험할 줄 알았는데 수업처럼 진행을 하니 어리둥절해 하던 아이들이 끝날 때쯤에는 ‘이제는 복숭아를 먹을 때마다 농부의 마을을 떠올릴 것 같다’고 얘기하며 생각이 달라지는 모습에서 큰 보람을 얻고 있습니다.”

지난해 한국농촌교육농장협회 주관으로 열린 ‘농촌교육농장 교육 프로그램 경진대회’에서 최우수상을 수상한 선주영 즐거운 농원 대표는 교육농장을 운영하며 인상 깊었던 순간을 이 같이 회고했다.

일반 체험농장과 달리 교육농장은 교육에 초점을 두고 농업과 농촌, 농산물, 나아가 농산물 유통까지 배우고, 토의·발표토록 하고 있기 때문에 아이들이 스스로 많은 생각과 질문을 하고, 함께 답을 찾아가는 과정을 거치면서 말 그대로 ‘진짜 성장’을 할 수 있게 된다는 것이다.

강원 춘천시에 위치한 즐거운 농원은 복숭아에 봉지를 씌우는 ‘옷을 입는 복숭아’(6월 초), 수확·선별·포장은 물론 판매까지 토의·발표하는 ‘제값받는 복숭아’(7~8월), 복숭아나무 밑둥을 감싸주고 퇴비를 주는 ‘복숭아나무 겨울나기’(10월) 등 다양한 프로그램을 연중 진행하고 있다.

▲ 단순한 체험이 아닌 학교 수업과 유사한 교육을 진행하기 때문에 아이들은 스스로 생각하고 논의하면서 자연스럽게 진짜 공부를 할 수 있게 되는 교육농장의 수업 모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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