농업현장의 기술을 디자인하다 <2>장은실 경남도농업기술원 농촌지도관

2,815 2019.09.26 20: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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농업현장의 기술을 디자인하다 <2>장은실 경남도농업기술원 농촌지도관농촌교육농장 토대 마련 일등공신

[한국농어민신문 조영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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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식품영양학’, ‘농업교육학’, ‘농업생명자원학’. 장은실 농촌지도관이 선택한 전공들이다. 대학에서 식품영양학과를 졸업한 그는 대학원에서 농업교육학 석사 학위를 받았고, 농업생명자원학과 박사과정을 수료했다. 전공인 식생활을 통해 여성농업인의 권위를 높이려면 교육철학이 필요하다는 생각에서 ‘교육학’을 공부했고, 평생을 수행해 온 농촌자원업무에 전문성을 더하기 위해 ‘농업생명자원학’을 택했다. 과감한 도전이었고, 이 도전은 오늘날 장은실 농촌지도관이 29년간 농업인과 함께 할 수 있었던 원동력이 됐다.

#교육, 여성농업인을 위한 필수 항목

1990년 하동군농업기술센터에서 농촌지도사로 출발, 지금은 농촌지도관으로 활동 중인 장은실 농촌지도관. 그는 여성농업인을 위한 ‘교육’에 관심이 컸다. 여성농업인의 지위 향상을 위해서였다. 장 농촌지도관은 “여성농업인들의 생활을 들여다보니 이들이 농사일과 집안일을 병행하며 자신의 삶을 찾지 못하고 있다는 것을 느꼈다”며 “여성농업인에게 교육기회를 마련해주는 것이 필요하다고 마음먹었고, 더욱이 교육도 지도업무의 일환이라고 생각하며 과감하게 여성농업인 교육에 뛰어들었다”고 회상했다. 그는 업무의 전문성을 높이기 위해 교육대학원을 진학할 정도로 열성적이었다.

장은실 농촌지도관의 ‘교육’ 주제는 ‘식생활’. 대학 때 식품영양학을 잘 녹여낼 수 있는 지도사업이란 판단에서다. 장은실 농촌지도관은 ‘생활개선 교육 전용’ 차량을 타고 처음 식생활교육을 시작, 약 10년간 경남지역 550개 마을을 돌며 식생활교육을 실시했다.

장은실 농촌지도관은 교육의 폭을 넓혀야겠다는 구상과 함께, 전국 최초로 농업기술원 내 농업인교육관 건립을 추진하기도 했다. 이름은 ‘농촌여성 생활문화관’이었다. 예산 확보부터, 세 번에 걸친 리모델링까지 모두 장은실 농촌지도관의 손을 거쳤다. 누적 인원은 10만명. 지금은 여성의 권위를 높이려면 남성의 의식도 바뀌어야 한다는 생각에서 이름에서 ‘여성’을 뺀 ‘농촌생활문화관’으로 운영 중이다.

농촌생활문화교육생은 3만명으로 향토음식과 궁중음식, 약선음식 등의 전문가로 활동 중이다.

#2006년 농촌교육농장에 꽂히다

장은실 농촌지도관은 가장 애착이 가는 사업이 ‘농촌교육농장’이라고 자신있게 말했다. 농촌자원을 활용하면서 농업 소득증대는 물론 지역경제 활성화를 끌어낼 수 있는 사업이라는 확신에서 2006년부터 농촌교육농장 육성으로 영역을 넓혔고, 지난해까지 123개소를 육성했다. 전국에서 가장 많으며, 농가소득 창출 효과는 84억원에 이른다.

장은실 농촌지도관은 전국 최초로 농촌교육 농장주를 대상으로 유럽 선진연수를 실시했다. 해외선진 교육농장 연수를 통해 자기 농장에 맞는 교육프로그램을 개발할 수 있도록 하기 위함이었다. 2014년부터 4년간 총 80명의 농촌교육 농장주가 참여, 이들은 경남이 전국 농촌교육농장의 본보기가 되는 데 기여하고 있다.

‘농촌교육농장 발전전략 포럼’을 추진한 것도 같은 맥락이다. 농촌교육농장 주요 고객은 미래세대로, 교육기관과 연계하는 것이 농촌교육농장 확장에 유리하다고 판단, 교육청, 체험진로교사, 학부모, 농촌교육농장 등 150여명이 2016년부터 매년 ‘포럼’을 열고, 공식적으로 농촌교육농장을 알리고 발전할 수 있는 기회로 활용하고 있다. 이 역시 전국 최초다.

장 농촌지도관이 농촌교육농장을 위해 걸어가는 길에 함께했던 윤계자 물사랑농촌교육농장(경남 진주시 대평면) 대표는 장 농촌지도관을 경남농촌교육농장계의 ‘친정엄마’로 표현하며, “경남지역에 있는 농촌교육농장 중 장 농촌지도관의 손을 타지 않은 곳은 없을 정도”라고 치켜세우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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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장은실 농촌지도관은 농촌교육농장의 발전 기회로 삼겠다는 생각에서, 전국 최초로 교육청, 학부모 등 150여명과 함께 ‘경남농촌교육농장 발전전략 포럼’을 추진했다.


#미래 50년 ‘먹거리산업’ 계획 실현

‘미래 50년 먹거리산업 육성 장기플랜’은 장은실 농촌지도관이 2009년에 구상한 계획이다. 장은실 농촌지도관은 “우리나라 농업·농촌의 트렌드를 알아야 미래를 대비할 수 있고, 향후 어떤 사업이 유망하고, 또 이 사업이 농업인들에게 어떤 영향을 미치는지를 고민하는 것도 농촌지도직의 임무”라고 밝혔다. 그래서 지금으로부터 꼭 10년 전, ‘새로운 트렌드로 미래 50년 먹거리를 선점하다’란 포부를 갖고 ‘미래 50년 먹거리산업 육성 장기플랜’을 세운 것이다.

‘미래 50년 먹거리산업 육성 장기플랜’은 총 4단계다. 1단계는 지역특산물을 활용한 ‘기능성 김치’, 2단계는 차세대 어린이들을 위한 ‘키즈 푸드’, 3단계는 고령화에 대응한 항노화 ‘실버 푸드’, 4단계는 생활습관병 예방용 ‘힐링 푸드’(치유음식)다. 장은실 농촌지도관은 1단계 ‘총명탕 건강장수 물김치’와 2단계 ‘떡갈비 비빔밥’·‘감자매쉬드 스테이크’, 3단계 ‘연잎 초계탕’의 특허를 가지고 있다. 특히 실버푸드는 도내 건강장수마을에 보급, 2015년 75%였던 생활만족도가 2017년에 82%로 향상된 것으로 조사됐다.

장은실 농촌지도관은 “‘미래 50년 먹거리산업 육성 장기플랜’을 구상해 기능성 음식에서 치유음식으로 마무리하는 데까지 10년이 걸렸으며 현재 치유음식도 특허를 출원하려고 준비 중”이라며 “힐링푸드에서 특허를 등록한다면 4단계 전 단계에서 특허등록을 마치게 된다”고 언급했다.

#도전은 계속된다

장은실 농촌지도관은 아직도 ‘미래 지도사업을 향해 도전하고 싶은 일’이 많다. 농산물가공센터의 도내 브랜드를 만드는 것이 그 중 하나다. 도내 18개 시·군에 모두 농산물가공센터가 만들어진다면 도와 시·군간 농산물가공센터 네트워크 구축을 기반으로 도 단위에서 대표 브랜드를 만들어 경남지역 농산물을 활용한 고품질 상품을 전국에 알리고 싶다는 것.

또, 123호인 농촌교육농장을 2022년까지 200호로 늘리는 목표도 세웠다. 장 농촌지도관은 전국 최고의 농촌교육농장을 만들기 위한 활동을 계속해나갈 것이라며 농촌교육농장을 200호까지 확대하고, 84억원인 소득도 200억원으로 향상시키고 싶다고 밝혔다.

힐링푸드에 기능성을 더한 새로운 음식을 검토하고 있다. 장 농촌지도관은 “노인들이 손쉽게 시장에서 사서 마실 수 있는 ‘유동식’처럼 1인가구 HMR(가정간편식)을 개발해보고 싶다”고 덧붙었다.

장은실 농촌지도관이 이처럼 도전을 멈추지 않는데는 농업인 앞에 떳떳하기 위해서이기도 하다. 장 지도관은 “농촌지도공무원은 농업인들이 자신을 믿고 따를 수 있게 자신을 갈고 닦아야 한다”며 “나를 갈고 닦기 위한 도전이자, 경험을 쌓기 위한 도전을 계속하며 농업인의 앞날에 작은 불빛이 될 수 있도록 묵묵히 걸어가겠다”고 다짐했다.

조영규 기자 choyk@agri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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